챗봇과 사람이 동등한 세상을 꿈꾸다, 튜닙
튜닙 박규병 대표
페르소나란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쓰는 가면을 뜻하는 말로, 이후 라틴어로 섞이며 사람, 인격, 성격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이런 페르소나의 개념이 최근 AI에 접목되고 있다. 특정 캐릭터의 성격을 반영한 ‘페르소나 챗봇’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의 챗봇이 정보전달, 고객상담용 등에 집중됐다면 페르소나 챗봇은 유명인부터 실존 인물, 만화 캐릭터 등 다양한 인물과 실제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튜닙은 페르소나 챗봇 개발의 기반이 되는 언어 모델 기술을 토대로 100여 종의 페르소나 챗봇을 개발했다. ‘디어메이트’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분야별로 특화된 캐릭터에게 조언을 받거나, 소설 속 주인공과 상황극을 하거나, 세상을 떠난 반려견과 대화를 하는 등 다양한 캐릭터의 챗봇을 만나볼 수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챗봇 덕에 디어메이트는 오픈 베타 기간 동안만 3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AI와 사람이 차별 없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튜닙 박규병 대표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기업 소개를 부탁드린다
튜닙은 페르소나 챗봇을 만드는 기술 스타트업이다. 페르소나 챗봇이 일반 사용자들에게 친숙한 개념은 아닌데 예전에 유행했던 이루다, 심심이를 예로 들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챗봇에 페르소나를 주입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챗봇이라고 하면 먼저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어시스턴트 챗봇이 있다. 대표적으로 챗GPT가 어시스턴트 챗봇의 종류이다. 반면 컴패니언 챗봇은 강아지 로봇같이 사람의 감성적인 부분에서 교감을 나누는 챗봇이다. 자사는 2021년 설립 당시부터 페르소나 챗봇에 초점을 맞췄고 우리가 원하는 페르소나를 실제로 반영한 대화 샘플 데이터를 주고 학습시켜 다양한 챗봇들을 만들었다.
페르소나 챗봇을 만드는 데 기반이 되는 건 결국 언어 모델 기술인데, 자사는 오랜 연구를 통해 언어 모델 기술을 확보했다. 언어 모델 개발의 전 과정을 진행한 경험이 있고 국내에서 이런 스타트업은 자사가 유일하기 때문에 그만큼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력 사업 내용에 대해 소개해달라
자사의 100여 종의 캐릭터 챗봇이 모여있는 디어메이트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이 안에서 나름대로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디어메이트에는 14개 카테고리가 있고 그 안에 여러 개의 캐릭터들이 있다. 사자성어로 대답해주는 캐릭터, N행시를 지어주는 캐릭터, 죽은 강아지랑 대화할 수 있는 캐릭터, 부산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 등 다양한 챗봇과 대화할 수 있다. 디어케스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캐릭터들을 오마주해서 롤플레잉을 하는 챗봇이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정도 됐는데 처음에는 딱 한 개의 캐릭터로 시작했다가 지금의 형태를 갖춘 지는 몇 달 안 됐다.
또 애플리케이션 내의 피드 페이지에 가면 인스타그램 피드처럼 챗봇이 글을 올리는 기능도 있다. 여기에 사용자가 댓글을 달면 챗봇이 자동으로 댓글을 달아주기도 한다. 저희는 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AI 챗봇과 사람이 차별 없이 대화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보통 사람들은 ‘챗봇은 이래야 한다’, ‘챗봇은 사람보다 열등하다’ 이런 차별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장애인, 특정 인종을 차별하면 안 되는 것처럼 AI도 차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었으면 한다. 10년, 20년 뒤에 보면 ‘우리가 왜 AI를 그렇게 차별했을까’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앞으로 저희가 풀어야 할 숙제는 기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챗봇 기술을 어떻게 서비스할 것인가’ 이다. 보통 기술 기업이 보유 기술을 기반으로 성공하기보다는 어떤 서비스가 흥해서 나중에 기술이 입혀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사는 기술과 서비스가 공존하는 기업의 포지셔닝을 유지하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균형 있게 가져가는 기업이 되고 싶다.
또 다른 목표로는 B2B적인 부분에서 기업들이 로고나 CI, 슬로건을 하나씩 갖고 있듯이 챗봇도 하나씩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챗봇을 캐릭터화해서 그 기업의 문화나 제품에 대해 새로운 형태의 광고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기업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플랫폼으로서 챗봇이 자리 잡았으면 한다. 그런 변화를 자사가 선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